아티클/회고
개발자 원스의 2025년 회고
원스
나에게 있어 2025년은, 불안이 확신으로 바뀐 변화의 해이다.
나는 결혼을 했고,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올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휴대폰 사진첩과 그동안 쓴 일기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2025년 초만 하더라도, 첫 개발직장 퇴사 후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인생의 불확실성이 겹쳐, 나의 기록은 온통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재취업과 결혼을 기점으로 내 글들은 다시금 행복하고 진취적인 언어들로 채워졌다. 결혼은 나에게 깊은 안정감을 주었고, 때마침 원하던 도메인의 회사로 이직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토록 꿈꾸던 유럽으로 첫 신혼여행을 떠났던 순간은, 치열했던 한 해의 좋은 보상이었다.
1. 안경사, 그리고 플랜B

내가 현재 만드는 프로그램은 안경원에서 사용하는 고객 관리(CRM) 프로그램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였다.
나의 전직은 ‘안경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확고하게 안경사를 꿈꿨고, 35살까지의 플랜을 세우며 달려왔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따라 안경광학과에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었을 만큼, 내 꿈은 확실했다. 그렇게 근 5년간 안경원과 안과를 전전하며 현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안경사는 전문직임과 동시에 감정 노동이 심한 서비스업이었다. 내향적이고 사람을 대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내 성격상, 업무 스트레스는 알게 모르게 쌓여갔다. 안경원에서는 매출 압박에 시달렸고, 안과에서는 공장 부품처럼 돌아가는 비생산적인 업무 루틴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인생 멘토인 유튜버 '월가아재' 님의 스타트업 창업 영상을 보다가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내 기질에 잘 맞는 일은 무엇일까?'
그때부터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논리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이 핵심인 내향인도 가능한, 아니 오히려 장점일 수 있는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2023년 1월, 나의 새로운 인생 플랜 B가 시작되었다.
2. 개발자 도전기
당시 나는 비전공자였다. 코로나 펜데믹의 기간의 영향으로, 개발자 공급은 포화되었고, 취직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래서 나는 막연한 노력의 도전 대신, 나만의 확실한 생존 전략을 세웠다.
컴퓨터공학 학위: 비전공자의 한계를 넘기 위해, 더 나아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컴퓨터공학 학사는 필수로 취득하자.
풀스택 개발: AI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프론트와 백엔드를 모두 다루는 풀스택이 유리하다.
개발 언어: 경쟁이 과열된 Java보다는, 풀스택 구현이 용이하고 스타트업 수요가 많은 JavaScript(Node.js) 생태계를 파고들자.
이 전략에 따라 Node.js 부트캠프와 학점은행제 컴퓨터공학 과정을 동시에 병행했다. 눈 뜨고 잠들 때까지 공부에만 매진했던 1년. 그 결과 2024년 1월, Node.js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회사에 취업했고, 2024년 말에는 목표했던 컴퓨터공학 학사 학위까지 거머쥐었다.
3. 내 동료이자 선생님, LLM

솔직히 말해 개발은 쉽지 않았다. 평생 컴퓨터를 게임기로만 썼던 나에게 코딩은 낯선 외국어와 같았다. 부트캠프 초기에는 팀에서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 힘겨워하던 열등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커리어를 전환하던 2023년은 마침 ChatGPT 3.5를 필두로 생성형 AI(LLM)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나는 빠르게 판단했다. "순수 기술력만으로 기존 전공자들을 이기긴 어렵다. 대신 LLM을 극한으로 활용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개발자가 되자."
그때부터 LLM은 내 스승이자 동료가 되었다. 2년 넘게 AI와 동거동락하며 코드를 짜다 보니, 이제는 요즘 유행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불리는 영역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잘해낼 자신이 생겼다.
4. 주니어 팀장의 성장통

개발 2년 차에 접어든 현재, 나는 풀스택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곧 합류할 팀원들과 성공적인 팀을 꾸리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같은 리더십 서적을 탐독하며 준비 중이다. 특히 "팀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피드백이 팀 성장의 핵심"이라는 내용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실무에서도 리더의 관점을 적용하려 노력했다. 여러 고객(안경원 센터)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기능을 기획할 때, 모든 요청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프로덕트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요구사항을 A/B/C 등급으로 분류했다. "공통 효용이 큰 기능"부터 표준화하고, 표현은 다르지만 본질이 같은 요구사항들을 묶어 우선순위를 재정의했다. 그 결과 개발 범위가 명확해지고 일정은 안정화되었다.
결국 좋은 프로젝트란 단순히 기능의 갯수만 늘리며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핵심 니즈를 판단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5. 도메인 전문가

개발자로 일하며 느낀 점은,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것을 넘어 '특정 도메인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경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실무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고충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 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은 '헬스케어 개발자', 그중에서도 나의 전직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눈(Vision)' 관련 분야다. 국내 시장 풀이 좁다는 한계는 있지만, 메타의 레이벤 스마트 글라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를 볼 때 이 분야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안경사 출신의 개발자로서, 이 틈새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다.
6. 앞으로의 계획
2024년과 2025년이 도전과 변화의 해였다면, 2026년은 '본질적인 성장'의 해로 만들고 싶다.
LLM을 활용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 고유의 '사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AI에게 무엇을 시킬지 정의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엔터프라이즈급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함을 몸소 느꼈다.
나의 생각과 의도를 글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면, AI 시대에도 개발자는 사라지지 않고 더 강력한 도구를 쥔 지휘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사색하며 내 사고의 그릇을 넓혀갈 예정이다.